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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홀씨 (2022)

치매를 경험하고 있는 엄마 로즈를 기록한 에세이 영화. 감독은 15년여간 치매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엄마를 곁에서 기록하며 치매를 다른 기억의 차원이 열리는 창문으로서 바라본다. 영화는 로즈를 치매 노인이 아니라, 잘 웃고, 노래를 좋아하고, 요가를 하고, 예술을 사랑하고, 미용을 좋아하고, 동물과 대화하고, 웰빙 푸드를 챙기는 사람으로 담는다. 영화는 마치 로즈의 무정형의 기억 회로를 따라가듯, 현재와 함께 과거를 풀어내고 넘나든다. 현재 로즈는 과거의 사람들을 현재 사람과 겹쳐 보는 기억 회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치매가 열어젖힌 또 하나의 창은 평생을 함구하던 제2차 세계대전 중 경험이다. 일본계 미국인으로 수용소에서 살았던, 발음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름이 바뀌어 버린 로즈는 지금 자신이 원하는 이름을, 원하는 정체성으로 스스로 호명하고 있다. 〈역사와 기억〉(1991)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일본계 미국인의 역사를 알린 리아 타지리 감독의 신작이자 역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