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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2022)

2022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이 영화에서 ‘​유럽’​은 프랑스 교외 한 마을버스 정류장 이름이다. 주인공 조라는 이 정류장을 기점으로 병원과 일터를 오간다. 그녀는 척추측만증 수술을 명분으로 알제리에서 프랑스에 오게 되었지만, 더 이상 치료가 필요없게 되자 체류를 연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는다. 육체는 치유되었지만 그녀가 정착하고자 했던 곳을 떠나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 이때부터 영화에서 조라의 육체와 목소리는 사라진다. 주변 인물들이 여름휴가를 떠나고 나서야 조심스레 화면에 등장하는 조라는 기존 서사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 에세이적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감독 필립 셰프너가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롭게 시도하는 픽션과 논픽션의 결합 지점이다. 자의로 떠난 이들이 남겨둔 장소에서 타의로 떠나야 하는 이가 불법으로 거주하며 펼쳐나가는 허구는 사실 일상과 그리 다르지 않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상상일까? 그리고 조라와 프랑스 시민들 각자에게 이동/이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